1월 어느 날, 집에서 가까운 부천시 오정구 여월동에 위치한 부천옹기박물관을 찾았다.
이곳 여월동 점말은 1866년 천주교 신자들이 병인박해를 피해 들어와 마을을 이루고, 주민들이 두 개의 가마를 설치하고 질그릇을 구워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한 곳이다. 최근 아파트단지로 이곳이 개발되면서 가마터 흔적이 발견되고, 옹기 굽던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모두 이주하면서 부천시에서 지난 해 8월에 옹기박물관을 개관한 것이다.
보지 못한 희귀한 옹기들을 많이 볼 수 있었지만, 그 중 몇 점만 소개해 본다.
고려시대에 주로 사용되던 토기회색빗살문항아리이다.
근대에 사용되던 옹기항아리이다.
조선시대에 사용되던 토기가로줄장군이다. 장군이란 물, 술, 간장이나 오줌 등 액체를 담는 그릇을 말한다.
고려시대의 청동주병이다. 여기에 술을 담아 마시면 운치있는 술자리가 될 것 같다.ㅎㅎ
신라시대의 토기굽다리받침대이다. 바닥이 둥근 토기 그릇을 올려놓는 용도로 사용되던 일종의 장식대이다.
신석기시대의 대표적 유물 빗살무늬토기이다.
옹기라고 해서 모두 그릇만 뜻하는 것은 아니다.
지붕을 만드는 기와도 옹기로 구워 만든 것이다.
아래 사진은 그 이름도 유명한 귀면와이다. 도깨비 얼굴로 장식한 수막새로, 지붕의 추녀끝에 붙이며 흔히 도깨비기와라고도 한다. 도깨비기와를 만든 이유는 옛 조상들은 나쁜 귀신을 쫒는 영악한 귀신으로 도깨비를 숭배했고, 이 도깨비가 집안의 재앙을 막아준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연꽃무늬수막새이다.
막새란 한쪽 끝이 둥근 모양 또는 반원 모양의 수키와로 사래의 끝부분에 얹는 기와를 말한다.
지붕을 이루는 기와에는 암키와(평기와)와 수키와(둥근 기와)가 있다.
옹기는 제작하는 과정에 따라 질그릇, 오지그릇, 푸레독으로 나뉜다. (클릭하면 해당 내용을 자세히 볼 수 있음)
혹 버선항아리가 무엇인지 아는가?
장이 담긴 항아리에 한지로 본을 뜬 버선 모양을 거꾸로 붙여 놓거나 줄에 매달아 둠으로써, 귀신이 거꾸로 된 버선 속에 갇혀서 장맛을 해치지 않기를 기원하던 우리 조상들의 옛 풍속을 말한다.
궁궐이든 초가 뒷마당이든 어디나 있었던 것이 장독대다.
장독대는 장을 담은 독들을 모아 놓은 곳이다. 장독대는 한 집안의 음식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곳이다.
대개는 부엌과 가깝고 햇볕이 잘드는 뒤꼍에 두고, 남의 손이 미치지 않게 정갈하게 보존했다.
앞줄에 작은 젖갈독, 고추장독부터 뒤로 큰 간장독까지 갖가지 크고 작은 독들이 아기자기 모여있는 장독대는 한국만의 멋이고 자랑이다.
옹기는 고려청자나 분청사기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조선백자처럼 고고하지도 않다.
그렇지만 고려청자나 분청사기, 조선백자만이 국보와 보물이 아니다.
옹기는 투박하지만 은은하고 솔직 담백한 서민의 맛과 멋이 있다. 가장 오랜 시간동안 발효식품과 함께 해 온 생활 속 옹기야말로 우리들 마음 속 보물이지 않을까?
2층에서는 옹기와 한국인의 삶을 다룬 특별기획전이 전시되고 있었다.
생로병사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그림 설명과 함께 관련 그릇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뜻을 알고 옹기 그릇을 보니 모든 것이 새
롭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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