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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을 나누다/[여행]그곳엔 뭐가 있을까

김유정문학관과 금병산

경춘선 전철을 타고 춘천 여행을 하다보면 강촌역과 남춘천역 사이에 김유정역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인명을 역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은 이 곳 뿐이다.

원래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신남면(지금은 춘천시 신동면)이어서 최근까지 신남역으로 불리웠던 곳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던 김유정(1908~1937) 작가의 생가가 이 곳에 있어 2004년 12월 김유정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전철 개통 이후 김유정문학관과 주변의 금병산 실레길(약 5.2km)이 알려지면서 많은 등산객과 관광객이 이 곳을 찾아, 주말의 김유정역은 제법 혼잡했다.

                                                                                                                     <김유정 선생 초상>

전철 개통과 함께 신축된 신역사(사진 위)에서 2백여 미터 떨어진 곳에, 예전 기차역으로 사용되었던 구역사(사진 아래)가 아직도 남아있다.

 

 

김유정역에서 금병산으로 500m쯤 들어가면 김유정문학관이 있다.

김유정문학관은 금병산 산행 후 들러보기로하고, 곧바로 금병산 산행에 나섰다.

입구에 등산지도가 있지만, 솔직히 등산로 입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자세히 볼 수 있음>

등산로를 찾던 중 옥수수밭을 지났다. 맛있는 옥수수 생각에 절로 침이 생겼다.

김유정 작가의 마을답게 마을길, 산길 곳곳마다 김유정작가의 작품 속 이야기가 넘쳐났다.

동백꽃길을 따라 금병산 정상에 오르는 길은 편백나무 숲으로 울창하다.

드디어 금병산 정상(652m)에 도착했다.

정상에서는 춘천시내가 한 눈에 보인다. 가운데가 봉의산이고 좌측으로 공지천이 보인다.

정상에서 하산은 산골나그네길로 내려왔다. 완만하지만 하산 거리는 가장 긴 코스다.

김유정 작가의 대표작 <동백꽃>에 나오는 동백나무는 원래 생강나무를 말한다.

생강나무는 가지나 잎을 꺽으면 생강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이 곳 강원도에서는 '동박꽃'(개동백)이라 불렀다.

김유정 작가의 단편소설 <동백꽃>의 마지막 장면이다.

……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

사춘기 소년, 소녀의 새콤달달한 사랑을 이렇게 멋지게 표현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 동백나무는 찍지 못했다.ㅠ ㅠ

하산길 중간 지점에서 또 편백나무 숲을 만났다.

피톤치드가 풍성한 이 곳은 산림욕장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휴식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 강산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야생화 개망초다.

 

하산 후 신동면 김유정 작가의 생가 근처에서 아름드리 개두릅나무를 보았다.

개두릅나무는 엄나무로 일반적으로 불리며, 봄철에 잎을 나물로 먹고 줄기는 닭백숙 요리를 할때 함께 넣고 끓이면 잡내를 없애고 혈액 순환을 돕는 등 음식 궁합이 좋다.

아래는 김유정 작가가 1932년부터 작고할 때까지 실레마을에서 '금병의숙'을 지어 야학 등 농촌 계몽 활동을 벌일 때 심었다는 느티나무이다.

그 앞에 김유정 작가를 기리는 비도 보인다.

이 돌담길은 김유정 작가의 단편소설 <봄봄> 속에서 점순이와 결혼을 시켜주지 않는다고 주인공이 장인과

한 판 싸움을 벌이던 장소란다.

 

 

마을 공회당 앞에 세워 놓은 솟대. 공회당 안에서는 어르신들의 창 연습이 한창이었다.

 

여기도 주민이 떠나고 빈 농가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한가로운 마을 길을 돌아서 땅콩밭을 지났다.

드디어 김유정문학관에 도착했다.

문학관에 들어서면 김유정 작가의 대표작 <동백꽃>의 도입부 장면이 펼쳐진다.

점순이가 자기집 수탉으로 주인공의 수탉을 공격하여 괴롭히는 장면이다. 

김유정 작가의 생가다. 집안은 나름 부유하였으나, 작가는 여섯 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여덟 살에 아버지를 여의는 등 불행한 어린 날을 보냈다.

김유정 작가는 불과 30여 편의 단편들만 남기고 30세의 안타까운 나이로 요절했지만, 그의 작품들은 지금도 펄펄 살아있는 언어로 많은 독자들에게 애독되고 있다.

김유정 작가는 암울했던 30년대 일제강점기에 피식민지 백성이 받는 질곡의 삶을 작품으로 표현해냈다.

당시의 가난과 고통이 가져온 도덕성의 부재를 특유의 해학으로 꼬집어내 도덕성 회복을 꿈꾸었던 시대를 앞서간 천재 소설가였다.

나는 김유정 작가의 작품 중에서 <동백꽃>, <봄봄>, <노다지>, <산골 나그네>, <만무방>, <소나기>밖에는 읽지 못했다. 이번 기회에 시간을 내서 나머지 작품들도 모두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