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시청률을 올리는 스타 PD를 스카우트한 TV 방송사는
학창시절 최고의 주먹을 모아 지상 최대의 파이터 쇼를 펼치는 ‘전설의 주먹’을 기획한다.
학창시절 화려한 무용담으로 학교를 평정했던, 한때 '전설'이라 불렸던 이들이 등장하며 쇼는 흥행을 이어간다.
이 파이트 쇼에서 학창 시절 절친이었지만 지금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세 친구가 각자의 사연 때문에 다시 만난다.
임덕규(황정민扮)- 관행같은 불공정 심사 때문에 올림픽 권투 국가대표의 꿈이 좌절된 후 지금은 홀로 딸을 키우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국수집 사장이다. 꿈이 좌절된 후 주먹으로 친구들을 괴롭히며 시간을 보냈으나 지금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덕규에게 과거는 잊고 싶은 기억이다. 하지만 하나 밖에 없는 딸이 친 사고의 합의금이 필요해서 ‘전설의 주먹’에 출전한다.
이상훈(유준상扮)- 학창 시절 사당고 일진으로 학교를 평정했으나 지금은 자식을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기러기 아빠로 살아가는 대기업 부장이다. 남 보기에는 잘나가는 셀러리맨으로 보이지만, 학창시절 친구였으나 지금은 자신의 상사인 기업 회장 신진호의 뒤치닥거리로 자존심마져 버린체 살아가던 그는 신진호의 요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전설의 주먹’에 출전한다.
신재석(윤제문扮)- 남서울고 독종 미친개로 불리며 일등을 꿈꾸며 영화 ‘영웅본색’처럼 살고 싶었지만 지금은 스포츠 도박장 삼류 건달로 살아가고 있다. 일등이 되고 싶었지만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삼류 건달 재석은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전설의 주먹’에 출전한다.
그리고 또 한 친구 신진호(정운인扮)는 재벌 2세로, 학창시절부터 세 친구를 적절히 이용(?)하여 삶을 즐기지만 결국은 생각이 자라지 못한 체 개망나니 대기업 회장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이 쇼의 흥행을 위해 전설의 싸움짱을 찾아 방송 출연을 설득하고 기획하는 냉혈 PD 홍규민(이요원扮). 그녀에게 진실은 오직 ‘대박 방송’이 전부다.
영화는 자신의 선택에 의해 각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세 친구를 통해, 많은 것을 말하고 싶어한다.
그 첫 번째는 고전적인 레퍼토리 '부성애'다.
하지만 자식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치는 아버지의 ‘부성애’는 늘 가슴 찡하고 감동적이다.
딸이 사고친 피해자 앞에서 무릎을 꿇고, 딸의 꿈을 위해 또다시 주먹 세계(?)에 뛰어든 아버지 임덕규. 해외 유학 중인 아들의 부족함 없는 학비 지원을 위해 글러브를 끼는 아버지 이상훈. 그들은 지금 우리 시대의 모든 아버지 모습이다.
영화는 꿈을 잃지 말고 살아가라 이야기 한다.
10대시절 잘못된 선택에 의해 꿈을 잃고 살아왔던 덕규는 자신의 딸에게는 꿈을 잃지 말것을 당부하고, 오직 딸의 꿈을 위해 뒤늦게 다시 링위로 오른다. 또 한사람 신재석, 한번도 일등이 되지 못했던 그는 그 일등의 꿈을 위해 다시 링에 오른다.
영화 속에는 불필요하게 많은 격투씬이 나온다. 하지만 영화 속 격투씬은 가족을 위해 맨몸으로 부딪히고 싸우며 살아가는 이 시대 40대 가장의 다른 모습이다.
영화는 아버지로서 힘들게 살아가는 40대 가장의 삶, 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 문제, 오직 시청률에 모든 것을 거는 방송사의 실상, 믿을 수 없는 스포츠계의 승부 조작 등 영화는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들을 다분히 보여준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과거의 회상을 통해 80년대 후반에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많은 공감과 추억도 되새기게 해준다.
하지만 아무리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하는 기억이라는 게 있다.
영화는 자신이 받았던 아픔은 평생 기억하면서, 자신이 타인에게 준 아픔은 티끌만큼도 생각지 않는 이기적이고 불편한 진실을 말한다.
‘전설의 주먹’ 쇼로 유명해진 덕규가 처음 찾아간 동창회. 그곳에서 그는 잊고있던 동창생으로부터 그가 그 친구에게 준 아픔를 듣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의리’라는 멋진 주제로 마무리한다.
스포일러성 글이 될 수 있어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다.
‘전설의 주먹’은 만화(이종규 글/ 이종균 그림)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흥행감각이 뛰어난 강우석 감독의 스토리텔링에 의해 만화보다 치밀한 사회적 이슈를 끄집어 내고 있다.
<공공의 적>, <실미도> 등 여러편의 영화로 이미 흥행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강우석 감독.
이번 작품까지 19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그는 어쩌면 '전설의 흥행 영화감독'을 꿈꾸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영화는 제목처럼 전설적이지 않다. 지금까지 강우석 감독이 만들어 왔던 수많은 영화들의 퓨전일 뿐이다.
하지만 또 어떤가.
보는이에 따라 다양한 생각과 즐거움을 주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 참고로 제일 처음 보여준 메인 포스터 외에 다른 몇 가지 다른 디자인 컨셉의 포스터를 보며,
이 영화를 가장 잘 표현한 포스터는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본다.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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