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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을 나누다/[영화]네모로만 보이는 세상

클래식, 그리고 8월의 크리스마스

기다리고 기다리던 비가 내린다.

오랜 가뭄 뒤에 내리는 비는 오랫동안 헤어졌던 연인과의 만남처럼 반갑고 가슴 설렌다.

이런 날에는 향 깊은 커피 한 잔과 함께

송글송글 빗방울 흘러 내리는 창가에 앉아 온종일 추억에 젖어도 행복할 것 같다.


이렇게 비내리는 날이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옷깃에 젖어드는 사랑의 떨림이 가득한 손예진, 조인성 주연의 '클래식'이다.

비가 내리던 어느 날, 지혜(손예진)는 남몰래 사랑하던 연극반 선배 상인(조인성)을 발견하고

갖고있던 우산을 버리고 거리로 뛰쳐 나간다.

이를 발견한 상인은 자신의 점퍼를 벗어 지혜의 머리 위를 가린 채 함께 빗 속을 뛰어간다

이 장면은 영화의 명장면으로 오래 기억된다.

영화 속에서 흐르던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의 감미로운 음악 또한 잊을 수 없다.




투명한 빗방울처럼 가슴 시리고 애틋한 사랑이 담긴 영화도 있다.

감성주의 허진호 감독이 만든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이다.

어느 날, 주차 단속을 하느라 비에 젖은 다림(심은하)을 위해 손수건을 건네는 사진작가 정원(한석규).

다림의 우산이 정원에게 기울자 다림의 우산을 대신 받아 든 정원이 그녀를 품안으로 끌어 당긴다.

그렇게 그들이 비오는 거리를 함께 걸어가던 장면은 시작하는 사랑의 설렘으로 오래 가슴깊이 남는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씬에서 불치병으로 생을 마감한 정원이 다림에게 남긴 편지 속 명대사가 한편으로 가슴을 싸하게 한다.

      "내 기억 속에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빗 속의 영화같은 사랑.

세월이라는 거센 빗줄기 속에서도 이 한 몸 다해 사랑을 지키려는 남자.

비오는 날이면 그런 사랑이 더욱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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