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길에서 주택가 안쪽으로 들어가서 동네안을 이리저리 통하는 좁은길.
길이 어지럽게 연결되어 있어 직접 끝까지 가보지 않고는 지름길인지 막다른 길인지 알 수가 없다.
♬골목길 접어들 때에
내 가슴 뛰고 있었지
커튼이 드리워진 너의 창문을
말없이 바라보았지수줍은 너의 얼굴이
창문열고 볼 것만 같아
마음을 조이면서 너의 창문을
말없이 바라보았지만나면 아무 말 못하고서
헤어지면 아쉬워 가슴 태우네바보처럼 한마디 못하고서
뒤돌아 가면서 후회를 하네♪
사랑의 가슴앓이를 했던 청소년기를 골목과 함께 보냈던 사람들에겐 아련한 추억을 주는 이 노랫말은 신촌블루스가 부른 ‘골목길’이다.
하지만 골목은 사랑의 기억보다 어릴적 동네 친구들과 함께 뛰놀던 놀이터의 기억이 더 생생하다.
함께 어울려 자치기, 비석치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놀이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00야, 밥먹자“하는 엄마의 외침에 아쉬운 놀이를 접고 집으로 돌아가던 골목길. 어둑해진 골목길은 멀고 넓게만 느껴졌다.
차가 다니지 않는 골목에는 늘 아이들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당시 ‘골목대장’은 최고의 권력이었다.
물질이 풍족하지 못한 시절이지만, 골목을 접하여 처마를 맛대고 살던 이웃들은 서로 누구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알고 지내는 이웃사촌들이었다. 그래서 골목에는 항상 정이 넘쳤다.
요즘도 종로구 숭인동 근린공원 주변은 도심답지 않게 낡고 오래된 건물과 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졌다 .
골목길에 들어서면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좋다.
그렇지만 편리와 효율성이라는 미명하에 앞다투어 골목을 없애고 아파트를 세우며 도시를 치장하는 지금, 머지않아 이 골목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모던'과 '개발'이 도시 최고의 가치가 돼버린 지금, 낡고 오래된 것, 사람 냄새 나는 곳은 도시미화의 적이기 때문이다.
가진자의 품위를 위해 가난한 소수의 삶은 희생시켜도 좋다는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서글픈 풍경이다.
단독주택이 사라지고 아파트 단지로 변해가는 요즘, 서울에서 주택가 골목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제 각종 신조어와 외래어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골목’은 낯선 언어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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