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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을 나누다/[에세이]사라지는것은 추억이 되는가

두근두근 가슴뛰던 골목길



 큰길에서 주택가 안쪽으로 들어가서 동네안을 이리저리 통하는 좁은길.

길이 어지럽게 연결되어 있어 직접 끝까지 가보지 않고는 지름길인지 막다른 길인지 알 수가 없다.

골목길 접어들 때에

내 가슴 뛰고 있었지

커튼이 드리워진 너의 창문을

말없이 바라보았지수줍은 너의 얼굴이

창문열고 볼 것만 같아

마음을 조이면서 너의 창문을

말없이 바라보았지만나면 아무 말 못하고서

헤어지면 아쉬워 가슴 태우네바보처럼 한마디 못하고서

뒤돌아 가면서 후회를 하네

사랑의 가슴앓이를 했던 청소년기를 골목과 함께 보냈던 사람들에겐 아련한 추억을 주는 이 노랫말은 신촌블루스가 부른 골목길이다.

하지만 골목은 사랑의 기억보다 어릴적 동네 친구들과 함께 뛰놀던 놀이터의 기억이 더 생생하다.

 함께 어울려 자치기, 비석치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놀이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00, 밥먹자하는 엄마의 외침에 아쉬운 놀이를 접고 집으로 돌아가던 골목길. 어둑해진 골목길은 멀고 넓게만 느껴졌다.

차가 다니지 않는 골목에는 늘 아이들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당시 골목대장은 최고의 권력이었다.

물질이 풍족하지 못한 시절이지만, 골목을 접하여 처마를 맛대고 살던 이웃들은 서로 누구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알고 지내는 이웃사촌들이었다. 그래서 골목에는 항상 정이 넘쳤다.

요즘도 종로구 숭인동 근린공원 주변은 도심답지 않게 낡고 오래된 건물과 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졌다 .

골목길에 들어서면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좋다. 

그렇지만 편리와 효율성이라는 미명하에 앞다투어 골목을 없애고 아파트를 세우며 도시를 치장하는 지금, 머지않아 이 골목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모던''개발'이 도시 최고의 가치가 돼버린 지금, 낡고 오래된 것사람 냄새 나는 곳은 도시미화의 적이기 때문이다.

가진자의 품위를 위해 가난한 소수의 삶은 희생시켜도 좋다는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서글픈 풍경이다.

단독주택이 사라지고 아파트 단지로 변해가는 요즘, 서울에서 주택가 골목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제 각종 신조어와 외래어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골목은 낯선 언어가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