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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을 나누다/[에세이]사라지는것은 추억이 되는가

지금 모르는 건 앞으로도 모르는 게 낫다

 

 

 

 을 정리하다가 서랍 안 깊숙히 방치됐던 오랜된 소품상자를 발견했다.

상자 속에서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여러 가지 추억의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함께 튀어 나온 오래된 필름 한 통.

 

지금은 주변에서 거의 볼 수 없는 카메라용 필름이다.

'이거 언제 찍은 거지?' 필름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생각 해 보니, 12년 쯤 된것으로 추측된다.

내가 디지털카메라를 처음 구입했던 시기가 2000년 말쯤으로, 이후 아날로그 캐논 자동카메라를 사용하지 않았으니 아마도 그럴 것이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12년 전 내 소중한 시간의 기록.

같이했던 소중한 사람들의 환한 미소.

아니 어쩌면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 아무 흔적도 없을지 모른다.

잊고 지낸 시간이 모든것들을 증발시켜 버렸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당장 현상소로 달려가 내 궁금증을 풀고 싶었다.

내가 카메라를 통해 바라본 세상을, 카메라가 바라본 나의 과거를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필름을 다시 소품상자에 넣었다.

'지금 모르는 것은 앞으로도 모르는 게 더 나을지 몰라'

 

'10년 후에 다시 꺼내 보자. 지금껏 그랬듯이 10년이란 시간을 더 묵혀 두자.'

지금 당장 현상을 하면 무언가 나올지도 모르지만 10년 후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몇 컷의 사진으로 확인하는 과거보다는

언제까지나 상상만으로 추억되는 현재로 남고 싶기 때문이다.